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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路

책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숨은 요소, 종이

너머人 2025. 8. 22. 14:56

편집자는 책의 내용, 즉 글을 다듬는 일뿐 아니라 책의 외양, 즉 제작 사양을 결정하는 일도 합니다. 이 부분은 편집자가 주도하기도 하고, 디자이너와 논의하며 진행하기도 하는데요. 판형, 종이, 인쇄, 제본, 후가공 등 책의 모양을 정하는 일 중에서 저는 표지 종이 고르는 일을 재미있어 합니다. 어떤 표지 종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책의 분위기가 달라지거든요. 그래서 때로 온라인 서점에서 주문한 책을 받아들고는 "어? 내가 본 책이 맞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요. 인터넷 화면에서 본 표지 이미지와 실물책의 느낌이 달라서인데, 이런 차이는 바로 종이에서 비롯됩니다.

종이가 다양한 만큼 출판사에는 보통 표지와 내지에 사용하는 종이 견본집이 있는데, 맨땅에 서 있는 1인 출판사는 종이 견본집을 구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몇몇 제지사에 견본집을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메일을 보내면, 어떤 곳은 감사하게도 견본집을 보내주겠다는 회신을 보내주지만, 그러지 않는 곳은 견본집을 구매해야 하지요. 그래서 견본집을 구매하러 두성종이에서 운영하는 인더페이퍼를 찾았습니다. 두성종이는 개인적으로 표지에 애용하는 종이인지라, 샘플을 볼 수 있는 인더페이퍼에 들러 다양한 종이를 구경하고 몇몇 견본집을 들여왔습니다.

독특한 질감과 색을 지닌 종이들을 보면서 앞으로 만들 책들에 어떤 종이를 쓸지, 행복한 고민을 해봅니다. 전에 사용하지 않은 종이를 사용하는 일은 때로 모험이 되기도 하지만, 모험이 없다면 새로운 발견도 없겠지요. 첫 책은 과연 어떤 종이를 입고 나오게 될지, 저도 무척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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