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름 휴가를 마무리하고 집으로 가는 길, 조금 돌아가지만 이렇게 멀리 나올 일이 많지 않을 것 같아서 양산시에 있는 평산책방을 들렀습니다. 작년이었던가요,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가장 핫한 부스이기도 했던 평산책방을 직접 방문한다는 생각에 조금 들뜨기도 했습니다(문재인 전 대통령님을 뵐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은 애초에 접어두었고요).
주차를 하고 책방으로 안내하는 표지판을 따라 조금 걸어가는 동안 동네 집집마다 걸려 있는 태극기가 보이더라고요. 마침 이날이 광복절이었거든요. 책방에 들어서니 사람들이 앉아서 쉴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들, 마당 곳곳에 분필로 그린 귀여운 그림들, 초록초록 작은 화단이 맞아주었습니다. 서울에서는 볼 수 없는 책방 마당이라니, 그 여유로운 공간이 왠지 부럽더라고요. 책방 안은 새로 나온 책들과 책방 추천책, 그리고 문재인의 추천책 등, 다양한 추천 책들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한쪽에 평산작은도서관이 있었는데, 아마도 마을 주민들을 위한 공간인 것 같았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보내는 작은 메시지들이 가득한 벽면도 눈에 띄었고요.
책방 곳곳에, 그리고 평산책방 소개 팜플렛에서, 더디더라도 세상을 바꿔나간다고 믿는다는 문구가 새삼 마음에 들어왔습니다. 이 믿음이 더딘 걸음을 견딜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기를, 곳곳에 있는 책방들이 그 힘으로 오래도록 남을 수 있기를 조용히 바라봅니다.


















평산책방에서 추천하는 책들 중에서 <친애하는 슐츠 씨>를 데려왔습니다. 오래전에 책 제목만 듣고는 스누피로 잘 알려진 만화가 찰스 슐츠를 향한 애정 어린 글 모음집인가 싶었는데, 이 책은 뉴스레터 '오터레터'의 발행인 박상현이 쓴, 차별과 편견을 넘어선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슐츠가 자신의 만화 <피너츠>에 흑인 캐릭터를 등장시켜서 당시 백인 중심 세상의 편견을 깨뜨렸다는 이야기가 꽤 호기심을 자극했던 기억이 나네요. 세상을 변화시키는 첫 걸음을 내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가 누리는 평등이 처음부터 자연스러웠던 것은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여전히 넘어서야 할 편견과 차별이 있다는 것을 깊이 새기게 해줄 책일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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